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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객잔

시인. 장만호 1970년생. 2001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등단,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 수상, 시집 《무서운 속도》, 현재 경상국립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사진.박하선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삶의 중간보고서》, 《天葬》, 《천불천탑》, 《발해의 恨》, 《太王의 증언》 등

올라도 올라도
허공의 답보 같은 스물여덟 굽이의 벼랑길이다
옛날엔 차와 말을 바꾸러 다녔다는 고도는
홍콩발 무협 영화의 흔한 장면처럼
천 길 낭떠러지의 급류와 답설무흔의 구름들을
연이어 잘랐다

이어 붙인다
사람을 베어본 적 있어요?
말 위에서,
추락을 겁내는 나에게
은퇴한 검객처럼 가이드는 묻는다

천장사天葬士를 구하지 못한 가난한 집안의 부탁으로
그는 사람을 베었다고 한다
베었을 뿐 아니라 여러 번 쪼개고 발랐으며
하늘을 배회하는 식욕들이 조각난 영혼을 건네받는 것을 보며, 그는
그의 생도 한 순간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고
그래도 이만하면
가이드 한 번 잘 한 것 아니냐고,

어느새
호도협에서 불어난 어둠이
추녀까지 차오른 저녁의 차마객잔에
나를 가만가만 부려놓는다.

함박눈처럼 쏟아지는 별빛들이
마당에 뽀드득 쌓이는 그 밤에
나는
사람은 한 번도 밟은 적이 없다는
설산의 산정을 보며,
머리카락만 남기고
나머지 영혼은 모두 먹어치운다는 설산의 독수리들과
조각난 제 영혼을
기워 맞추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는데

객잔은 가슴 섶의 오래된 경전을 꺼내어 알 수 없는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