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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월의 끝과 시작을 함께한

    서천(舒川)

    • 글. 김소연 편집팀
    • ― 사진. 김현민 (사진 1~5, 10, 12, 14), 서천문화원 제공(사진 6~9, 11, 13)
  • 현재의 모습과는 다른 서해의 옛 풍경을 기억하고 있는 충남 서천.
    꿈길처럼 유유히 흐르던 금강의 뱃길은 밀물과 썰물에 따라 바닷물이 들고 나며 강과 바다의 경계를 넘나든다. 포구를 따라 흐르던 지역의 삶과 문화는 시간과 어우러져 머물고 싶은 풍경으로 남았다.
1. 서천 군함바위 일몰 풍경
흔들리는 것은 아름답다,
신성리 갈대밭

너른 들판 가득 초겨울 바람이 갈대와 함께 여물었다.
해발고도 100m 이하의 낮은 언덕과 분지를 형성하고 있는 금강 하구에는 호남평야와 연결되는 광활한 옥토가 숨 쉬고 있다. 수많은 영화 속에 한 장면으로 소개되며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사계절 사람들이 찾아오는 명소가 되었다.
금강과 조화를 이루는 이곳은 여름이면 광활한 푸르름을, 가을이면 황금빛 갈대의 흔들림을 볼 수 있어 언제 찾아도 시기와 어울리는 매력을 전해준다. 특히 금강에 얼음이 맺히는 때가 되면 겨울 철새들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아와 겨울과 더없이 잘 어울리는 풍경을 완성한다. 강변에 펼쳐진 갈대밭과 금강하굿둑 주변에 잘 보존된 생태계는 서천이 가진 낭만적인 풍경에 신비함을 더한다.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충남 서천이 가진 문화 콘텐츠를 잘 보존하고 육성하는 것은 무척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문화적인 잠재의식을 기반으로 지역 주민들의 문화 활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기에 더욱 힘이 납니다. 지역의 특색을 발굴하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려는 자발적 움직임은 천혜의 자연환경을 토대로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날까지 서천이 간직하고 아껴온 자연유산이 있었기에 오직 이 고장만이 가진 특색있는 콘텐츠가 발전할 수 있었고, 지금도 그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단순히 무성한 갈대숲이었지만, 자연훼손을 막기 위해 면적의 일부분만 개방하고 나머지는 보존하고 있다. 고려 말 최초로 화약을 가지고 왜구를 소탕했던 진포해전이 있었던 곰개나루터는 이제 신성리 갈대밭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2. 사계절 관광 명소인 서천 신성리 갈대밭
모시가 거래되는 유일한 전통시장,
한산오일장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천의 한산모시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서 모시가 거래되는 유일한 전통시장으로 알려진 한산오일장. 매월 1, 6으로 끝나는 날이면 한산터미널과 한산초등학교 사이, 소박하지만 알찬 장이 열린다.
1926년, 정기시장으로 등록되었지만 이미 그전에 개설된 것으로 전해지는 이곳은 한때 현재의 4배 규모에 달하는 거대한 장터였다. 상시 문을 여는 골목 상점들과 장날 좌판을 펴는 난전상인들이 함께 한산오일장을 가득 메운다. 싱싱한 제철 야채를 구입할 수 있는 채소전을 지나면 어물전과 잡화전이 이어진다. 아담하지만 역사가 있는 장터에는 오랜 시간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이 여전히 골목을 훈훈하게 지키고 있다.
50년이 넘은 철물점과, 1910년부터 문을 열고 삼대가 가업으로 이어오고 있는 대장간, 낡은 연통과 양동이가 시간의 흐름을 가늠케 하는 함석집이 오일장의 역사를 말해 준다. 일반적으로 장이 서는 시간은 오전 9시 정도지만, 이곳의 명물인 모시전을 보려면 6시 전에 모시 거래장에 도착해야 한다. 그 이유는 어둠 속에서 백열등에 비춰보아야 모시의 품질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서천에서 전통 오일장을 보고 싶다면 한산오일장에 들러 지역 특산품을 로컬의 가장 최전선에서 만나보는 것은 어떨까?

3, 4, 5. 한산오일장 풍경
잔설 위에 놓인 붉은 점,
마량리 동백나무숲

충청남도의 최남단에 위치하고 있는 서천의 마량진에는 한국 종교 역사에 뚜렷하게 남은 사건이 일어난 곳이다. 1882년, 서해안 탐사차 마량진 해안에 닿은 영국해군이 당시 마량진 첨사였던 조대복에게 한국 최초로 성경을 건네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량리에는 이를 기념하기 위한 성경전래지 기념관과 더불어 서천군의 대표적인 명소인 마량리 동백나무숲이 있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는 동백나무숲은 사철 푸르름을 자랑하며 가장 먼저 꽃을 피워 부지런히 봄을 알린다. 숲속에는 중층누각인 동백정이 있어 서해 바다의 시원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고, 이곳에서 만나는 일몰 또한 무척이나 깊고 붉다.
“마량리 동백나무의 붉은 동백꽃이 살포시 내린 눈과 만나는 시기가 있습니다. 꽃잎 위에 내려앉은 설경은 너무나 아름답죠. 동백정 앞바다에 있는 무인도와 서해 바다의 일몰을 보기 위해 많은 사진작가들이 찾아오고, 특히 연말연시에는 일몰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서천문화원의 이관우 원장은 가장 먼저 봄을 알리는 동백꽃의 아름다움과 바다가 어우러진 마량의 겨울 풍경을 서천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꼽았다. 바닷바람을 살며시 피한 언덕의 동쪽 자락, 500년의 긴 수령을 지닌 80여 그루의 동백나무숲은 우리가 지키고 가꾸어야 할 소중한 서해안의 자연유산이다.

6.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마량리 동백나무숲
  • 7. 동백나무숲의 붉은 동백
  • 8. 동백정 노을
숲과 바다 사이, 장항 송림산림욕장

“서천에 오셨으면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꼭 방문하셨으면 합니다. 사계절 다 좋은 곳이지만 저희 문화원에서 소나무숲에 시화전을 열고 있어 산책길이 더욱 즐거우실 겁니다. 해안가를 따라 솔숲이 조성된 곳들을 종종 볼 수 있지만 장항 송림산림욕장은 규모나 풍경 면에서 압도적이지요. 앞서 말했던 서천이 지켜내고자 하는 우수한 자연유산 중에서도 으뜸이라고 할 수 있는 곳입니다.”
신성리 갈대밭, 서천특화시장과 함께 장항 송림산림욕장에서도 시화전이 열리고 있다는 박은희 사무국장의 안내에 따라 솔향이 가득한 산림욕장을 찾았다. 장항의 송림산림욕장은 해안을 따라 울창하게 조성된 소나무가 시야를 가득 채우는 곳으로 바다와 숲, 하늘과 바람 사이를 산책하는 듯한 청명한 기분을 전해 준다.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빼곡하게 뿌리내린 소나무는 추운 겨울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을 막아 주고 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을 걷어 낸다. 산책로 사이사이를 연결하듯 고운 시선이 담긴 시화전이 겨울바람 앞에서도 발길을 멈추게 만들고 있었다.

돌팔매
바다에 끝없는
물결 위로
내, 돌팔매질을 하다.
허무에 쏘는 화살 셈치고서
돌안은 잠깐
물연기를 일고
금빛으로 빛나다
그만 자취도 없이 사라지다
오오 바다여,
내 화살은
어디에 감추어버렸나
바다에,
끝없는 물결은,
그냥 가마득할 뿐…
- 석초申石艸.1901~1975 ‘돌팔매’ 중

서천이 낳은 한국의 대표 근대 시인인 신석초 선생의 시선과 솔향이 만나 겨울의 정취와 어우러지는 지점. 숲과 바다 사이, 12월과 1월 사이 그 어디쯤인가 아쉬움 너머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9. 서천의 대표적인 자연유산, 장항 송림산림욕장

| 서천문화원 |

풀뿌리
문화의

서천문화원은 1965년 설립 후로 60년 가까이 서천의 지역문화를 보존하고 새롭게 발견하는데 있어 중심 역할을 해 왔다. 일몰의 명소를 간직한 아름다운 자연의 서천에 그곳의 주민과 함께 문화와 역사를 지키는 서천문화원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신석초 문학제

신석초 시인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열리는 신석초문학제는 매년 서천문화원이 주최하고 있는 의미 있는 행사이다. 전국 시인과 시낭송가를 대상으로 하는 신석초문학상, 신석초 시낭송대회와 관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그리기, 붓글씨, 백일장 대회가 함께 열린다.
한국 시문단의 중요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서천 출신의 신석초 선생의 본명은 ‘응식’으로, 시조 명칭 창시자로 알려진 석북 신광수 선생의 7대 후손이기도 하다. 2016년부터 열린 이 행사는 당시 신생 문학상임에도 많은 시인들의 참여와 관심을 받으며 계속되고 있다.

  • 10. 서천문화원 전경
  • 11. 신석초 문화제에서 진행된 '청소년 그리기, 붓글씨 대회'
충남문화원연합회 주관
2021 올해의 문화원상 대상

올가을 진행된 제1회 충남도민문화의 날에서 서천문화원이 ‘올해의 문화원상 대상’에 선정되었다. 다양한 생활문화 강좌와 특색을 살린 지역 축제를 함께 운영하며 특히, 지역의 자랑인 모시의 맥 잇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여 왔다. 모시문화제의 태동인 저산문화제를 시작으로 읍, 면지의 발간 등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고 발전시켰다. 인구 대비 전국에서 가장 많은 회원이 활동하고 있는 서천문화원은 그간의 활발한 활동과 운영 평가를 토대로 올해의 문화원상을 수상하게 되었다.

12. 서천의 한산모시관 전시품
고난의 길, 보람의 길
《어르신 합동자서전》

지역 어르신들의 생생한 삶이 그대로 담겨 있는 특별한 자서전. 서천문화원이 각 읍·면의 추천을 받은 어르신들과 작가들을 연계해 집필을 지원하고 있는 어르신 합동자서전 사업이다. 서천에서 울고 웃고 사랑했던 어르신들의 지난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 내는 의미 있는 작업은 2014년 ‘고난의 길, 보람의 길’이라는 타이틀로 시작되었다.
자서전의 주인공은 물론 가족들에게도 커다란 선물이 되고, 지역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의 소박하고 진솔한 이야기는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 13. 《어르신 합동자서전》 출판 기념회
  • 14. 2014년에 출간된 《고난의 길, 보람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