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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음까지 덥혀 주는

    따끈한 국물 요리

    • 글과 사진. 이성희 반가요리전문가
  • 더운 국에 국수사리 풀어지듯 심신이 지칠 때 따뜻한 국물은 마음까지 풀어 준다. 우리가 흔히 ‘탕’이라고 하는 단어는 국의 높임말이다. 국은 ‘갱(羹)’,‘갱탕’,‘메탕’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국보다 건더기가 많고 국물이 진하면 찌개라고 한다. 찌개보다 건더기가 더 많고 국물이 적으면 전골이라 한다. 우리 식문화는 국물을 먹기 위해 숟가락이 발달했다. 조개껍데기를 이용한 것이 숟가락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 전해진 숟가락은 우리나라에서 발달을 거듭했다. 사계가 뚜렷하던 시절에는 계절국도 있었을 만큼 우리 음식에는 다양한 국이 있었다. 옛 속담에 “가을 아욱국은 계집 내어 쫓고 먹는다.” 했으니 아욱토장국이 얼마나 맛이 있었으면 사람을 내쫓고 먹고, 가을 전어는 집 나갔던 며느리를 돌아오게 했을까 싶다.
1. 여름 복달임국, 민어탕
난방 문화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국물 요리

국이란 고기나 해물, 채소 등을 물에 넣어 끓여 간을 맞춰 먹는 액상 요리의 총칭이다. 한국은 구들이라는 난방 문화가 발달했었고, 아궁이가 있었기에 때문에 수많은 국물 요리가 만들어졌다. 또한 전분이 많은 자포니카 쌀을 먹는 우리는 국물 없이 밥을 삼키기 어려운 것도 국의 발달 요인일 수 있다. 한반도 역사상 식사량을 불리고자 국을 끓였을 수도 있다. 실제로 식재료를 구하기 힘든 지역일수록 국물 요리가 발달해 왔다. 주재료에 물 붓고 소금으로 간만 맞춰도 국이 된다.
사계가 뚜렷하던 시절의 봄국은 토장 국물에 지천에 피어나는 봄나물을 뜯어 끓였다. 전라도에서는 홍어애탕에 보리순을 넣고 통영에서는 쑥을 넣어 끓였다. 북어 대가리, 멸치, 보리멸, 새우, 닭, 소고기, 생선, 표고, 다시마 등으로 육수를 내고 쑥, 보리순, 톳, 유채 잎, 봄동, 고사리, 물쑥 등을 넣어 끓인 봄국은 향기를 머금은 에너지 자체라 할 만하다.
여름에는 오이, 콩나물, 미역냉국도 좋지만 오히려 따뜻한 국물로 보양식을 먹었다. 삼복절 식국에는 육개장, 임자수탕荏子水湯, 개장국, 삼계탕, 민어탕 등이 땀 흘리고 지친 몸에 좋았다. 특히 민어탕은 여름 복달임 음식이었다. 모시조개로 육수를 내고 배추와 호박, 대파, 애호박, 무, 표고버섯, 쑥갓, 고추를 넣어 끓였다. 삼계탕은 닭뼈로 육수 내고 닭가슴살을 말아 꼬치로 꽂아 끓이면서 6년근 수삼, 생땅콩, 햇밤, 대추, 은행을 넣어 만들었다. 서양인들도 치킨수프를 솔푸드soul food로 여기며 감기 걸렸을 때 먹는데 닭육수를 끓여 얼려 두었다가 닭가슴살로 계삼탕을 끓이고, 찹쌀·녹두를 불려 죽을 쑤어도 좋다. 또 삼복에는 오리나 흑염소를 끓인 탕도 좋다. 흑염소는 기름기가 적어 성인병이 우려되는 현대인에게 적합하다.
가을에는 아욱국 외에도 가을걷이한 들깨를 갈아 넣고 끓인 들깨미역국이나 들깨, 버섯, 소고기 등을 넣어 끓인 들깨탕도 별미다. 겨울이면 동태탕 생각이 난다. 원반에 둘러앉아 가족들과 먹는 동태탕은 생선과 채소를 함께 먹기에 좋은 국물 메뉴이고 추억의 음식이다. 지금은 우리나라 명태가 씨가 말랐고 거의 러시아산産이기 때문이다.

겨울철 보양식,
동아송이탕과 설렁탕, 감자탕까지

동아송이탕은 지금은 잊힌 박과의 동아를 저며서 박국 끓이듯 만든 음식이다. 조상들은 박이 나는 철에 송이 난다고 두 재료를 넣어 탕을 끓였다. 동아는 박이나 무 대신 탕의 부재료로도 좋다. 중국인들의 재래시장에 가면 동아를 잘라서 판다. 그들은 동아를 탕, 볶음 등에 쓴다. 《음식디미방》에는 동아로 만두피 대신 빚은 동아만두가 있다. 또한 정과 재료 중 첫눈을 밟는 듯 아삭한 식감의 동아정과는 가히 아름다운 맛이다.
설렁탕은 대중적이면서도 이름 자체가 유명한 탕이다. 설렁설렁 끓여 고기가 설렁설렁 떠 있다고 설렁탕이라는 유래와 선농단설도 있다. 그러나 시간이 요구되는 설렁탕을 백성에게 먹이고자 선농단에서 바로 끓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몽고의 슐루라는 고기 가득 넣어 끓이는 국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서민적인 감자탕은 뼈해장국에 통감자를 넣어 감자탕이라 한다. 값싼 돼지등뼈와 우거지, 감자를 넣고 끓이는 감자탕은 값싸고 푸짐한 건강식이다.

2. 박과의 동아를 저며 끓인 동아송이탕
  • 3. 사계절 푸짐한 건강식, 감자탕
  • 4.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먹는 설렁탕
궁중에서 먹었던 탕

조선 시대 대궐의 탕에는 ‘금중탕’이 있는데 닭, 쇠고기, 해삼, 전복, 양 등을 넣어 진하게 끓인 보양탕이다. 궁중에서는 국을 ‘탕’이라 하였고, 신선로는 ‘열구자탕’이라 하였다. ‘곽탕’이라 했던 미역국은 곰탕과 함께 수라상에 전골과 함께 1년 내내 올랐다. 그 외에도 골탕, 잡탕, 양탕, 초계탕 등이 궁중 수라상에 올랐던 국이다. 우리 민족은 산과 들, 바다에서 캔 온갖 것들로 국물을 만들었다. 탕 문화는 우리 식탁에서 쉽사리 사라질 수 없는 따뜻함과 시원함을 품고 있다.

그 외 많은 사랑을 받은
우리의 탕요리
5. 모둠조개탕은 갖은 조개를 넣어 육수가 따로 필요 없는 국물로 감자수제비를 넣어 끓였다. 수제비조개탕은 한 끼 식사로도 좋다.
6. 콩탕은 콩물 또는 콩가루를 찬물에 풀어 끓이다가 순두부처럼 콩물이 엉기면 채소를 넣어 끓인다.
7. 장어탕은 민물장어, 바닷장어를 쓸 수 있고 우거지를 넣어 끓여 부추를 잔뜩 올려 먹어도 좋다.